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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지만, 결코 따스하지는 않은, 쳐다보기만 해도 시린 듯한 하늘이 펼쳐진 겨울.

최진필; 피곤에 찌들고 눈밑살에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과, 20대 중후반에 걸쳤지만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로 착각할 정도의 노안을 가진, 스트레스로 인해 찾아온 원형 탈모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머리를 밀 정도로 대책 없는, 그의 입으로부터 나온 숨이 이내 김이 되어서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더럽게 춥네, 비니를 썼음에도 이제는 머리카락이 없어 머리가 아득해지는 감각을 여실히 느끼던 최진필은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다음 월급은 언제라고 했었지? 그는 문득 떠오른 의문에 옆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는 회사의 불안정한 경영으로 하여금 불규칙적으로 입금되었던 날짜들을 살펴보았다, 어떤 때는 액수의 반만을 준 다음 나중에 주겠다는 말로 미뤘고, 지난번 월급은 3개월이 걸렸으니, 이번 월급은 아마 2개월 안으로는 들어올 거라 희망하면서 최진필은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물론 그 자신도 그것이 허황된 희망임은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받았던 월급들은 모두 많아봐야 한 달치, 밀린 급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들로 하여금 최소한의 요금제로 전환한 지 오래라 공공 와이파이에 의존하던 그는 자택에도 공유기가 없어서 동네 시장골목까지 나가서 와이파이를 쓰고는 했었지만, 마침 돌아가는 길이었기에 자택에 도착했다가 다시 나가는 수고는 덜 수 있었다.
약속한 일자에 맞춰서 돈이 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렇다고 일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곤란한 상태였다.

최진필은 자택의 문 앞에 놓인 신문지를 빼들어서 펼쳤다.
전국 확진자 500명 돌파, 북미-유럽의 의료 붕괴 가속… 등과 같은 국지적인 소식들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시작은 늘 그렇듯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은채로 조용히 움직였다, 아무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고,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으며, 다들 자신들의 삶을 살기 바빴다.
하지만 그는 생각했다, 오늘은 오는 길에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 한숨과 함께 그는 문을 열면서 5평 남짓하는 쪽방으로 들어가며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방바닥에 발을 붙이면서 이마를 짚었다.

대출, 대출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입사 후 어찌저찌 갚아나가나 했지만 급여는 밀렸고, 설상가상으로 질병의 확산세가 뚜렷해지면서 이 직장을 나가면 그대로 실업자 신세가 될 거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내실이 썩은 회사에 그대로 발목이 묶인 셈이었다.

젠장! 최진필은 비관하면서 바닥을 한번 쳤다가, 이런 걸 고민해봤자 지금 당장 뭘 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하면서 한숨을 뱉은 뒤 쪽방 마루 위를 한번 굴렀다.

그의 경제여력으로 즐길 수 있는 지금 당장의 여가는 AA배터리로 돌아가는 라디오를 틀어둔 뒤에 방송을 들으면서 낄낄거리거나,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온 이름도 모를 책을 읽거나, 영양은 수급되지 않지만 열량은 소모하는 반복적인 홈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선택지가 적은 게 다행인가? 전혀 다행이 아니잖아. 그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되짚어 보아도 도통 종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최진필이 보기에는 5평짜리 쪽집이라도 자기 땅으로 소유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래, 이렇게 막 살았는데도 내 이름으로 땅 하나 있는 게 어디야. 왜 싸게 나왔나 싶더니 역세권이랑 거리는 더럽게 멀고 심지어 임지에 가까운 땅 중앙에 있는, 보수는 커녕 청소조차 안 된 창고였지만, 당장 머리라도 뉠 곳이 필요했던 탓에 모아둔 자금을 탈탈 털어서 아침과 밤마다 돌아올 때면 푸른 초목들을 맞이하는 생활은 그닥 나쁘지 않아. 모기가 득실거리고 가까운 편의점이 45분 거리에 있는 곳에, 설마 팔리겠어 하면서 나온 곳이긴 했지만 그래도 내 땅인 게 어디야.

역시 호구잡혔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최진필은 한숨을 뱉으면서 다시 내팽겨쳤던 신문을 읽기로 했다. 아직 의료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지만 재유행의 전조가 보이고 있어, 만약 방역 체계가 무너진다면 유럽을 따라갈 수도 있다는 내용의 전문가들의 경고였다. 최진필은 흘긋 고개를 돌려서 전자렌지와 그 밑의 수납함쪽을 바라보았다. 데워먹는 밥 몇 개와 참치 통조림 두어 개.

꼼짝없이 굶어죽겠다. 그는 신문에서 나온 사람들이 말한 대로 상황이 굴러간다면 아마 자신은 그대로 죽을 거라 생각했다. 누구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홀로 틀어박혀서 배를 곯아가며 웅크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젠장할, 밥이라도 더 사놔야 하나. 최진필은 지갑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적어도 빚은 지지 말자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다. 모순적이게도 대출은 엄청나게 많이 쌓여 있었지만 말이다.

마스크는 품귀 현상이 일어나서 골드 러쉬가 일어나던 예전에 비해서 값이 많이 떨어져 넉달 정도는 쓸 수 있을 만한 양이 있었지만, 먹고 마시는 것은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았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대비를 하란 말이야.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치솟는 확진자의 증가 추세는 개인인 최진필로서는 전혀 대응할 수단이 없었다. 그저 끝없이 마스크를 쓸 뿐이었다.

그래도 수염을 안 깎아도 된다는 건 위안이 될 점인가? 잘 들지도 않을 만큼 무뎌진 날 두 개짜리 일회용 면도기를 몇 번이고 끙끙대면서 써야했던 어젯날들을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그의 관점에서 마스크를 쓴 이후로는 그러다가 턱이 문드러진 면도날에 베일 일이 없어졌다는 점 만큼은 꽤 괜찮은 것 같았다. 하지만 종국에 그 자신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건 결국 생계였다.

회사는 요즘 상황을 구실로 들어서 급여를 미룰 기미를 서서히 드러내던 상태였고, 뭐라 항변하기에는 해직당하면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지금 상황에 실직자로 내던져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상황 참 뭣같네.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곯은 배는 언제나 배꼽시계를 울려댔다. 격일로 한번씩 즉석밥과 참치캔 하나, 그렇지 않은 날은 초코바로 연명했다.

아무 음식도 입에 못 대는 형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넉넉하게 먹는 상황도 아니었다. 급여는 밀리고 밀려서 짬나는 시간에 겨우겨우 파트타임으로 뛰는 게 전부였으나 봉쇄 단계 격상으로 그조차도 못하게 됐다. 줄줄이 나앉는 가게들이 늘어나는데 거기서 고용할 파트타임이 어디 있겠어. 최진필은 허심탄회하게 눈두덩이를 손등으로 문질렀다. 그런 돈들을 조금이라도 계속 모아두고는 있다지만 이 통장 만큼은 안 깨야 할 텐데.

최진필은 헌 이불을 여러겹 덮고 눈을 붙였다. 여기저기서 다시 대유행의 전조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소시민들에게 있어서는, 삶이란 살아가기에 바쁜 것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소망하는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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